1. 수에 대한 이해
수에 대한 이해는 크게 수의 기수성에 대한 이해와 서수성에 대한 이해로 구성됩니다. 수의 기수성이란 수의 절대적 크기에 대한 이해를 의미하며, 서수성이란 수의 관계적 특성, 즉 수들의 순서에 대한 이해를 말합니다. 즉 우리가 수를 이해한다는 것은 3개의 사과로 이루어진 집합을 보고 그 수가 3개임을 알고 그 집합은 2개로 구성된 집합보다 더 많은 사물로 구성되어 있음을 이해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수에 대한 이해는 언제부터 생기는 것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수의 기수성에 대한 영아의 이해를 다룬 초기 연구들에 따르면, 4개월 된 영아와 7.5개월 된 영아는 2개와 3개의 사물을 구별할 수 있고, 10개월과 12개월 사이의 영아도 2개와 2개의 사물을 구별할 뿐 아니라 3개와 4개의 사물을 구별할 수 있었는데, 4개와 5개의 사물은 구별하지 못하였습니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통해 볼 때, 영아는 작은 수, 즉 '하나'에서 '셋'또는 '넷'사이의 수를 구별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수의 서수성에 대한 영아의 이해를 다룬 연구들에 따르면, 10개월에서 12개월 사이의 영아는 '더 많은', '더 적은'의 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는데 서수성에 대한 이해는 기수성에 대한 이해보다 약간 더 늦게 약 1.5세경에 나타난다고 합니다. 조작적 조건형성원리를 사용하여 영아들의 서수성에 대한 이해를 실험한 한 연구에 따르면, 실험에 참가한 16개월 된 영아는 두 수 사이의 서수적 관계를 이해함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실험에서 실험자는 영아들에게 2개와 3개의 점을 제시한 후 점이 더 많은 쪽을 만지면 강화를 주었습니다. 이렇게 영아로 하여금 더 많은 쪽을 만지도록 학습시킨 후 이번에는 3개와 4개의 다른 쌍의 점들을 제시하고 영아가 어느 쪽을 만지는지를 관찰하였습니다. 만약 영아가 학습단계에서 특정한 수(3개)의 점에 대해 반응하는 것을 학습했다면 검사단계에서 3개의 점이 있는 쪽은 만졌을 것입니다. 그러나 영아가 학습단계에서 두 수 중 더 큰 쪽을 선택하는 것, 즉 서수적 관계에 의해 반응하는 것을 학습했다면 검사단계에서 영아는 3개의 점이 아니라 4개의 점을 만질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이 연구에 참여한 16개월 된 대부분의 영아는 4개의 점을 선택하여 영아가 두 수 사이의 서수적 관계를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2. 수 세기 능력
학령전기에 유아가 배워야 할 수에 대한 이해 중 가장 중요한 기술은 사물의 수를 파악하는 능력, 즉 수 세기 능력입니다. 유아기에 사물의 수를 파악하는 데 많이 사용되는 과정으로 흔히 '직관적 수 세기'와 '일반적 수 세기'를 들 수 있습니다. 우선 '직관적 수 세기'란 일일이 사물들의 수를 세지 않고 수를 파악하는 과정으로 주로 작은 수에만 제한적이며 별로 인지적 노력이 들지 않으며 비교적 정확한 편입니다. 반면 '일반적 수 세기'는 사물이 수를 직접 세는 과정으로 주로 사물의 수가 클 때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따라서 인지적 노력이 들며, 오류가 발생할 소지도 있습니다. Chi와 Klahr(1975)는 유아도 성인과 마찬가지로 '직관적 수 세기'를 사용함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의 크기에 따라 반응시간이나 오답률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3 이하의 수를 직관적 수 세기를 통해 파악할 때는 반응시간이나 오답률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나, 4 이상의 수에서는 크기에 따라 반응시간이나 오답률이 크게 증가하였습니다. Fischer(1984)에 따르면, 3의 경우 '직관적 수 세기'의 성공률이 92%인 반면, 4의 경우 성공률이 22%에 머물러 3과 4 사이의 현저한 차이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작은 수를 직관적으로 파악하는 직관적 수 세기 능력은 학습되어야 하는 수 세기 능력과 달리 사람들이 생득적으로 가지고 태어나는 기본능력으로서 그 이후의 수 능력발달에 기초가 됩니다. 반면 수 세기는 각 수를 지칭하는 이름을 순서대로 정확하게 기억하는 '말로 수 세기'와 실제 사물을 대상으로 수의 이름과 사물을 차례대로 일대일 대응시키는 능력인 '사물 수 세기'로 나누어집니다. '말로 수 세기'는 수를 지칭하는 이름에 대한 지식을 의미하는데, 나라별로 다른 수 이름체계를 가지고 있어 말로 수 세기 능력에 영향을 미칩니다. 먼저, 우리나라의 수 이름체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수를 세는 데 2가지 체계를 사용합니다. 하나는 주로 문어체에서 사용하는 '일, 이, 삼, 사'등 한자어에서 유래한 체계이고, 다른 하나는 주로 구어체에서 사용하는 '하나, 둘, 셋, 넷'등의 한글에서 유래한 체계입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유아의 경우 한자어 체계는 만 3세경에 약 8까지, 만 4세경에 약 19까지, 만 5세경에 약 36까지 세었습니다. 따라서 말로 수 세기 능력은 약 3세부터 4세까지는 비교적 완만하게 발달하나 4~5세에는 급격히 발달함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자어 체계의 수 이름들은 상당히 규칙적인 데 비해 한글 체계의 수 이름들은 상당히 불규칙하여 배우는데 더 힘이 듭니다. 예를 들어 10 이상의 십 단위 이름도 한자어 체계에서는 '이십, 삼십, 사십'등으로 1부터 9까지 일 단위 수 이름을 십 단위 이름에 붙이면 되지만, 한글 체계는 '스물, 서른, 마흔'등으로 일 단위 수 이름과는 전혀 다른 이름을 사용합니다. 이처럼 우리나라 수 이름체계는 수를 지칭하는 단어체계가 하나밖에 없는 미국이나 중국과 달리 수를 지칭하는 독립된 2개의 체계가 있어 두 체계를 동시에 학습해야 하는 우리나라 유아에게는 인지적 부담이 더 큽니다. 이것이 우리나라 3~4세 유아들이 다른 나라 유아보다 수 세기에 있어 뒤처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일단 두 체계를 어느 정도 학습하고 나면 다른 나라의 유아의 수준과 거의 동일한 수준에 이릅니다. 두 체계로 수를 세는 것을 배우면서 우리나라 유아는 '하나'와 '1', '둘'과 '2', '셋'과 '3'등 두 수 체계 간의 대응성을 이해하게 됩니다. 특히 두 체계는 서로 다른 상황에서 사용되므로 서로 다른 수 단어들이 동일한 개념임을 배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두 수 체계 간의 대응성에 대한 유아의 이해가 3세에서 5세 사이에 많이 발달하나 5세에도 여전히 제한적임을 보여 줍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말로 수 세기'에서는 대상 없이 숫자의 이름을 순서대로 말하기만 하면 되지만, 실제의 대상을 두고 수를 세는 '사물 수 세기'는 단순히 말로 수를 세는 것과는 다른 인지적 능력이 요구됩니다. 즉 수 세기의 원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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