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학습이론적 관점
언어발달에 대한 학습이론적 관점은 인간이 어떤 종류의 언어 환경에 노출되느냐에 따라 사용하게 될 언어 내용이 결정된다는 점에서 언어발달에 있어 외적 환경의 영향과 경험을 강조합니다. 이는 인간이 태어날 때 백지와 같은 존재로 후천적으로 어떤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 행동이 결정된다고 보는 Locke의 경험론적 관점을 바탕으로 합니다. 특히 언어발달을 설명함에 있어, 관찰할 수 있는 언어행동에 중점을 두고 언어발달을 설명하고자 하였습니다. 언어발달에 있어 경험과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학습이론으로는 행동주의와 사회학습이론을 들 수 있습니다.
1) 강화와 모방에 의한 언어발달
행동주의에서는 인간의 언어발달을 설명하기 위해 문법에 대한 지식이나 의도와 같은 정신적 과정보다는 관찰할 수 있는 언어행동에 중점을 두고 설명하고자 하였습니다. 또한 언어도 다른 형태의 인간행동과 마찬가지로 성인이 언어에 가까워질 때까지 행동조성의 과정을 거쳐 발달해 간다는 급진적 행동주의적 입장을 취합니다. 대표적 행동주의 학자인 Skinner는 1957년에 출간한 「언어행동」에서 언어는 하나의 행동이며, 언어 역시 다른 행동과 마찬가지로 강화를 통해 습득됨을 설명하였습니다. 즉 언어발달은 두뇌의 사고과정이 아니라, 영아가 자연발생적으로 우연히 사용하게 된 언어를 주위 사람으로부터 강화받음으로써 이루어지는 기계적인 습관 형성으로 봅니다. 이때 부모는 언어행동에 대한 강화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영아가 우연히 "마마마마······"하는 옹알이를 할 경우, 비록 그것이 정확한 표헌이 아니더라도 엄마는 아기를 껴안거나 미소를 보내고 기쁜 소리로 응답하여 보상합니다. 이때 영아는 앞으로 엄마를 부를 때 "마마마마······"라고 부를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반면 영아의 옹알이에 엄마가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영아의 언어행동은 강화되지 않고 결국 소거됩니다. 이처럼 영아는 성인으로부터의 칭찬과 격려 등의 강화를 통해 언어를 습득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사회학습이론가인 Bandura는 언어발달은 자연발생적으로 또는 무작위로 발생한 부정확한 말이 단순히 강화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부모나 숙달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과 같은 모델이 되는 사람의 언어행동을 관찰한 후 모방함으로써 음운과 문장, 그리고 그들 문화의 대화 규칙 등 언어를 습득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때 영아가 모방한 소리가 정확할 때 더 많은 강화를 받게 된다고 보았습니다. 이처럼 언어발달에 관한 학습이론적 관점은 영아가 성인의 문장을 단순히 모방하거나 영아가 정확하고 이해될 수 있는 말을 했을 때 주어지는 강화에 의해 성인의 문장과 유사한 문장을 산출하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즉 영아는 주변의 어른이 사용하고 있는 낱말, 구, 문장을 '모방'하여 사용하기 시작하며, 부모는 '강화'에 의해 아동의 언어가 바람직하게 형성되도록 '조형'시켜 나가는 과정을 통해 언어발달이 이루어진다고 보는 것입니다. 이러한 언어발달에 관한 학습이론적 관점은 언어습득과정에서 아동의 역할이 최소화되고 단지 환경으로부터 주어지는 것을 수동적으로 받는 개체로만 간주된다는 점에서 비판받지만, 언어발달과정에서 환경의 영향과 중요성에 대한 연구가 최근에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어 언어발달에서 환경의 역할에 대한 관심은 더욱 증가하고 있습니다.
2. 학습이론적 관점의 한계
언어발달에 대해 강화나 모방과 같은 학습기제를 통해 설명하고자 한 학습이론적 관점은 여러 가지 경험적 증거에 의해 그 한계점이 드러났으며 비판받았습니다. Flavell 외(1993)는 상당량의 구문 학습이 문장 모방의 영향을 받지 않고 이루어진다는 사실과, 정확한 문법적 표현과 부정확한 표현에 대한 선택적 강화가 구문발달의 주요 원인이 되지 못한다는 점을 들어, 학습이론의 관점이 언어발달의 모든 측면을 설명하기 충분하지 않다고 보며 학습이론의 한계를 비판하였습니다. 언어발달에 관한 학습이론적 관점에 대한 비판의 요인을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행동주의 이론의 언어학습기제인 강화가 언어학습에 결정적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행동주의 관점에서 언어발달은 아동이 정확한 표현을 하였을 때는 강화를 받고 문법에 어긋나는 문장을 산출했을 때는 정정됨으로써 아동의 언어발달이 진행된다고 봅니다. 그러나 다음의 사례에서 보듯이, 성인은 아동의 표현이 문법적으로 맞는지의 여부보다는 의미적으로 적절한지에 기초하여 강화를 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아동: 나는 안 시금치를 좋아해. (가)
부모: 그래. 알고 있어. (나)
아동: 나는 지금 자고 있어. (다)
부모: 아니야. 그렇지 않아. (라)
(가)는 문법적으로 틀렸지만 그 내용이 바르기 때문에 (나)와 같이 긍정적인 대답을 얻어냈으나, (다)의 경우는 문법적으로 완벽한 문장이지만 내용상으로는 맞지 않기 때문에 (라)와 같이 부모에게 수용되지 못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러한 예는 부모가 문법적 형태보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자녀의 표현을 강화한다는 사실을 지지해 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부모가 체계적으로 자녀에게 문법적으로 일관된 말을 하도록 지도한다거나 어떤 일관성을 가지고 문법적으로 맞는 문장과 맞지 않는 문장을 다르게 강화한다는 증거가 없고, 부모가 아동의 언어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는 부분은 오히려 이야기 내용의 진실 여부에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부모가 자녀의 잘못된 언어를 고쳐 주려 하지만 영아는 틀린 문장을 고집스럽게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둘째, 사회학습이론의 언어학습기제인 모방이 지니는 한계입니다. 사회학습이론 관점에서 언어발달은 아동이 주위 사람으로부터 들었던 문장을 단순히 모방하여 성인이 발화하는 문장과 유사한 문장을 산출하게 됨으로써 이루어진다고 봅니다. 그러나 아동은 언어습득과정에서 어른이 하는 말을 그대로 따라 하지 않고, 대부분 어른이 하는 말을 자기 나름대로 단순화시켜서 발화한다는 점에서 한계를 드러냅니다. 즉 아동은 어른이 하는 말을 앵무새처럼 단순히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언어능력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언어적 표현을 구사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으로, 이는 언어발달에 있어 모방의 역할을 약화시키는 증거가 됩니다. 또한 인간이 언어로 구성할 수 있는 문장의 수는 무한하고 실제로 아동은 자신이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새로운 문장을 이해하고 산출해 내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언어발달을 모방이라는 기제로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모방의 역할에 대해 한계를 정상아뿐 아니라 장애아동의 언어행동에서도 나타납니다. 즉 신경학적 장애로 말을 할 수 없었던 아동이 회복하자마자 즉시 언어를 발화할 수 있었던 것은 언어발달의 기제로서 모방이 가지는 한계를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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