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억
우리는 많은 정보를 접하고 그 정보를 이용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개념을 형성하는 등 다양한 인지활동을 수행합니다. 이때 기억은 이러한 인지활동을 수행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요소입니다. 기억에 관한 연구들은 1960년대 중반 이후 인간의 마음이 컴퓨터와 유사하다고 본 정보처리접근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정보처리접근에서 생각한 기억체계를 비롯하여, 연령에 따른 기억발달 메커니즘에 대해서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정보처리접근에서는 인간의 마음을 컴퓨터처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구성되어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으로 보았는데, 이때 컴퓨터의 하드웨어는 기계 그 자체이며, 소프트웨어는 정보를 저장하고 조작하기 위해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말합니다. 즉 인간 마음의 하드웨어는 뇌, 감각수용기, 그리고 신경연합 등을 포함하는 신경체계를 말하며, 소프트웨어는 규칙, 전략, 정보를 기록하고 해석하며 저장하고 인출하며 분석하는 정신 프로그램인 셈입니다. 인간의 기억작용도 정보처리접근에 따르면 컴퓨터의 정보처리과정과 유사하게 설명됩니다. 또한 인간발달과 함께 뇌와 신경계가 성숙해지면서 기억과 관련된 정보에 주의를 두는 새로운 전략을 채택하거나, 정보를 해석하고 경험한 내용을 기억하고, 정신활동을 조정하면서 점차 빠르고 정확하게 복잡한 기억과제를 수행하게 되면서 기억능력이 발달해 감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억발달이란 아동의 정보처리능력, 처리속도, 전략의 사용, 지식의 구조와 크기 등에서 일어나는 점진적인 변화가 반영되는 점증적이고 양적인 현상을 말합니다.
2. 기억의 구조
인간의 기억과정은 정보를 받아들여 내적인 표상을 형성하여 약호화 하고, 정보를 나중에 사용할 수 있도록 어떤 형태로 저장하고, 저장된 특정 정보를 선택하여 끄집어내는 인출과정으로 구분됩니다. 약호화 과정이란 정보를 처리하여 저장고에 넣는 것으로, 감각기억이나 단기기억에 정보를 처리하여 부호화하는 과정입니다. 단기기억에서 장기기억으로 정보를 부호화할 때는 보통 시연과 정교화의 과정이 일어납니다. 저장은 약호화 한 정보를 유지하는 과정입니다. 저장과정은 단순히 약호화 된 정보를 보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저장될 정보의 내용과 속성에 따라 효율적인 방식으로 변형시키는 과정이 포함됩니다. 인출은 저장된 정보를 끄집어내는 과정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저장된 정보를 끄집어내는 것이 아니라 단서를 근거로 장기기억 속에서 탐색하고 확인하고 재구성하여 끄집어내는 복잡한 과정입니다. 인출과정은 회상과 재인으로 구분됩니다. 회상은 사람들에게 기억에서 한 항목 혹은 항목의 목록을 생성해 내도록 요청하는 방법이며, 재인은 한 항목을 제시하고 그것이 전에 경험했던 것인지의 여부를 지적하게 하는 방법입니다. 기억의 구조와 그 특성은 인간이 정보를 주목한 후 정보를 저장하고, 나중에 사용하기 위해 인출할 때까지, 어떤 정신작용이 일어나는가를 설명한 Atkinson과 Shiffrinm(1968)의 저장모형을 중심으로 자세히 살펴보면 기억은 감각기억, 단기기억, 장기기억으로 구분됩니다.
1) 감각기억
감각기억은 인간의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온 정보를 감각적 자료 그 자체로 완전하고 정확하게 보유하는 단계로 감각기억에 저장된 정보는 더 이상 처리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사라집니다. 인간에게 들어오는 자극정보는 감각기관을 통하여 들어와 극히 짧은 시간 감각기억 속에 저장되다가 새로 들어오는 자극정보로 바로 대치됩니다. 보통 시각적 감각기억은 지속시간이 0.25초 정도이고, 청각적 감각기억은 4초 정도이며, 정보가 유입되는 과정에서 자극정보에 주의를 기울일 경우 기억은 몇 초 동안 더 지속됩니다.
2) 단기기억
단기기억이란 감각기억을 거친 자극정보가 장기기억에 저장되기 전에 거치는 일차적 기억과정입니다. 단기기억에 들어오는 정보는 처음에는 시각적, 청각적 부호 형태로 유지되다가 나중에는 정보 유지와 처리가 쉬운 언어 의미적 형태로 변화하여 보관됩니다. 단기기억에 머무르는 시간은 평균적으로 3~5초, 길어야 30초 이내입니다. 또한 기억용량이 제한되어 있으며, 한 번에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은 7개 내외라고 합니다. Miller(1956)는 단기기억에서의 제한된 정보량의 범위를 7±2 청크(chunk)라고 칭하였는데, 청크란 '덩어리 짓기'라는 의미로 여러 낱개의 자극을 의미하는 하나의 단위로 묶어 단기기억의 용량이 증가하도록 하는 부호화 방법입니다. 이것은 정보를 저장하는 사람에 따라 다른데, 기억정보에 대한 지식이 많을수록 여러 항목을 함께 묶음으로써 단위가 큰 청크로 구성하게 되면서 기억하기가 용이하나, 기억정보에 대한 지식이 적을수록 개별적인 청크나 단위가 작은 청크로 구성되므로 기억이 용이하지가 못합니다. 인간의 제한된 기억용량은 다양한 기억전략을 사용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다고 보았는데, 대표적인 기억전략으로는 시연, 조직화, 정교화 등이 있습니다. 시연이란 기억해야 할 과제나 대상을 눈으로 여러 번 봐 두거나 말로 되풀이함으로써 미리 과제를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것으로, 기억의 효율성을 높여주어 단기기억에 저장된 정보의 소멸을 막을 수 있게 합니다. Flavell, Beach, Chinky(1966)는 제시한 7개의 그림 중 3개 그림의 이름을 말하는 과제를 통해 연령이 증가할수록 언어적으로 되뇌는 확률이 높았고, 반복적으로 언어적 되뇌기를 한 아동이 더 많이 기억할 수 있음을 보여 주었습니다. 조직화는 기억해야 할 단어나 대상을 범주로 묶거나 위계관계를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면, 사과, 공, 축구, 귤, 야구 등과 같은 단어를 기억하고자 할 때 과일과 운동으로 위계관계를 나타내는 단어끼리 묶어서 기억하는 전략을 말합니다. Piaget에 따르면 유목-포함 조작능력은 논리적 사고가 가능한 구체적 조작기에 가능하다고 보았지만, 최근의 연구에서는 유아에게서도 기억을 잘하기 위해 조직화 전략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교화란 기억하려는 대상 간에 의미 있는 관계를 부여하여 기억을 용이하게 하려는 전략입니다. 예를 들어 책상과 강아지를 기억하고자 할 때 '강아지가 책상 아래에 있다.'라는 언어적 표현을 통해 기억을 용이하게 하거나, 강아지가 책상 아래에 있는 모습을 신상으로 만들어 기억하는 전략을 말합니다.
3) 장기기억
단기기억에서 작동된 새로운 정보는 영원히 저장되는 장기기억으로 전이가 되는데, 단기기억을 거쳐 장기기억에 온 정보는 비교적 영구적으로 저장되며, 용량이 무제한입니다. 장기기억에서 저장된 정보가 인출되는 과정은 회상과 재인으로 구분됩니다. 회상은 단서 없이 사람들에게 기억한 항목을 생성해 내도록 요청하는 방법이며, 재인은 한 항목을 제시하면서 그것이 이전에 경험했던 것인지를 지적하게 하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동물원에 다녀온 후 유아에게 동물원에서 보았던 동물을 이야기하도록 하는 것은 회상이며, 여러 가지 동물 그림을 보여 준 후 자신이 동물원에서 본 동물 그림을 고르도록 하는 것은 재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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