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 언어시기
일반적으로 출생에서 생후 1년까지 영아는 비록 낱말을 사용하지는 못하지만 미소나 울음 등의 방법으로 자신의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데, 이 시기를 전 언어시기라고 합니다. 이때는 주로 음운발달이 이루어지는데, Kaplan(1971)은 이 시기에 이루어지는 음운발달을 울음, 목 울리기(cooing), 옹알이(babbling), 형태화 된 말의 4단계로 설명합니다. 우선 갓 태어난 신생아는 '울음'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이것은 진정한 의미의 의사소통이나 언어로 보기는 힘듭니다. 주로 화가 나거나, 배가 고프거나, 피곤해서 잠이 올 때 소리 내어 울음으로써 자신의 상황을 주변에 알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생후 3개월 경이되면 영아는 "오오······, 아아······" 등 목구멍을 통해 울리는 소리인 '목 울리기'를 하며 자신의 정서 상태를 표출합니다. 그 후 생후 6개월쯤 되면 '옹알이'를 시작합니다. 옹알이는 자음뿐 아니라 모음도 포함하는 것으로 같은 소리가 많이 반복됩니다. 목 울리기와 옹알이를 할 때의 영아는 주로 편안하고 기분 좋은 표정을 지으며 즐거워합니다. 이 시기의 목 울리기와 옹알이는 의사소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소리를 만들어 내는 것으로, 생득적인 기제로 봅니다, 이 시기는 언어생성능력 발달과정에서 중요한 시기로, 영아의 옹알이에 성인이 적절히 응답해 주면 옹알이는 증가하게 되고, 반면 적절한 반응이 없으면 옹알이도 감소하게 되어 언어발달이 지체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영아의 옹알이에 즉각 반응해 주고 다시 긴 문장으로 반응해 줄 때 영아의 언어발달이 촉진됩니다. 결국 영아는 생득적인 언어기제를 가지고 태어나지만 적절한 환경적 자극이 주어지지 않을 경우, 언어발달이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언어 이전 시기를 거쳐 생후 1년이 되면 영아는 단어를 사용하여 형태화 된 말을 통해 의사소통을 하게 됩니다.
2. 문장사용기
영아가 두 단어를 연결하여 사용하기 시작한 지 2개월 정도 지나면, 이어문을 바탕으로 한 단순한 표현에서 벗어나 2개 이상의 어휘를 사용하여 문장을 말할 수 있게 됩니다. 즉 점차 세상에 대한 이해가 많아질수록 그것을 표현할 수단을 찾으려 노력하게 됩니다. 이 시기의 문장표현에서의 특징은 이어문에서는 동사가 생략된 데 비해 동사가 필수적으로 포함됩니다. 이어문에서 문장을 사용하게 되면서 영유아의 문장은 길어지고 정교해집니다. 특히 점차 문법적 형태소를 사용하게 되면서 문장의 의미도 분명해지며, 성인이 사용하는 문장과 점차 유사한 체계를 갖추게 됩니다. 그러나 성인이 사용하는 문법과는 다른 문법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즉 자신이 알고 있는 언어 규칙을 모든 경우에 일반화시켜 사용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문법의 과잉 일반화'라고 합니다. 문법의 과잉일반화란 자신이 알고 있는 문법을 모든 상황에 적용시켜 사용하는 경향을 말합니다. 예를 들면, 한국어의 주격 조사인 '-가'를 행위자 뒤에 붙인다는 규칙을 알게 되면 이 규칙을 모든 명사에 적용하여, '동생가 나빠', '수박가 맛있어'와 같이 사용하는 오류를 범합니다. 혹은 목적격 조사를 사용해야 할 때도 '내가 포도가 먹어'처럼 주격 조사를 사용하는 실수도 흔히 나타납니다. 영어의 경우, 과거시제를 나타내는 조사 '-ed'를 모든 경우에 적용하여 'We goed to the zoo'처럼 사용하는 오류를 범하기도 합니다. 유아기에 나타나는 이러한 '문법의 과잉일반화'현상은 모든 언어권에서 보편적으로 관찰되는 것으로, 이는 언어습득이 단순히 환경적 자극에 대한 수동적 모방을 통해 습득되는 것이 아니라 유아의 타고난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언어능력을 보여 주는 사례입니다. 유아가 문법적 형태소를 사용하여 말할 수 있다는 것은 복잡한 문법체계를 인식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문법형태소는 종류에 따라 출현시기에 차이가 있습니다. Brown(1973)은 문법형태소를 통해 언어발달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우리나라 영아의 경우 개인차가 있지만 대체로 공존 격 조사(-같이, -랑, -하고, -도), 처소격조사(-에, -에게, -한 테), 주격 조사(-은, -는, -이, -가), 목적격 조사(-을, -를), 도구 격 조사(-로, -으로)의 순서로 획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문법적 형태소의 종류에 따라 출현시기가 다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사회적 소통에 필요한 것일수록 먼저 습득합니다. 둘째, 인지적 발달과 관련됩니다. 즉 과거에 대한 표상이 먼저 이루어지므로 과거형이 미래형보다 먼저 발달됩니다. 셋째, 지각적으로 두드러진 것일수록 먼저 습득합니다. 넷째, 문법이나 의미가 복잡할수록 늦게 습득됩니다.
1) 부정문
영아는 점차 성인이 사용하는 형태의 부정문을 사용하기 시작하는데, 처음에는 단순히 '~안(no)', '~아니(not)'를 문장 앞에 첨가하여 부정문을 만듭니다, 이때는 부재, 거부, 부정을 구별하지 못합니다. 한국어의 경우 영아가 자주 사용하는 부정문의 형태는 부재(없다), 거부(싫어), 부정(아니, 아니야), 무능(못), 금지(하지 마/ 먹지 마) 등이며 가장 많이 쓰는 부정문의 형태는 '안'입니다. 그런데 어린 영아의 경우는 부정을 나타내는 요소인 '안'을 동사 앞이 아니라 잘못된 위치(동사구 앞)에 놓는 실수를 범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나 안 밥 먹을래(나 밥 안 먹을래)', '나 안 잠잘래(나 잠 안 잘래)' 등입니다.
2) 의문문
유아기는 알고 싶은 욕구와 호기심이 최고조로 달하는 시기로, '이게 뭐야?'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하면서 세상 사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합니다. 이때 부모나 교사는 질문에 대해 귀찮게 여기지 않고 인내심을 가지고 유아들의 질문에 반응하는 것이 언어발달이나 인지발달에도 도움이 됩니다. 의문문의 형태는 처음에는 문장의 끝 단어를 올려서 의문문을 만들기 시작하다가 점차 의문형 어미와 의문사를 사용하여 의문문을 만듭니다. 한국어의 경우 의문형 어미로는 '-지, -까, -니, -냐'(이게 뭐지?, 이게 뭘까?, 이게 뭐니?, 이게 뭐냐?)등이 있으며, '뭐, 어디, 누가, 언제, 왜, 어떻게'와 같은 의문사를 모두 사용하게 됩니다. 한국어 의문사의 발달순서는 무엇, 어디, 어떻게, 왜, 누구, 언제의 순으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여기서 시간 개념에 관한 언제가 가장 늦게 발달하는 것은 언어발달이 인지발달을 반영한다는 Piaget의 관점을 잘 보여 주는 예입니다.
3) 복문
문법적 형태소를 획득하면 영아는 자신의 의도를 자유롭게 표현해 가면서 어른의 말과 유사해지는데, 그 대표적 형태가 복문의 사용입니다. 우리나라 아동의 경우 2세경에 관계절이 포함된 복문을 산출합니다. 일반적으로 복문에는 대등한 내용을 나란히 병행시키는 대등구성형식과 주절과 종속절을 병렬시키는 연합구성형식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유아의 경우 두 형식의 문장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출현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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