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포스트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이란 용어는 20세기 후반 문학, 철학, 예술 및 일상생활 등 사회 전반에서 나타난 인간과 세계에 대한 새로운 이해방식이자 사고방식입니다. 그러나 그 의미가 적용 분야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기 때문에, 개념 자체의 다의성과 함께 모호성과 불확정성의 성격 규정을 자연스럽게 동반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개념적 다의성과 모호성, 불확정성은 Jean-Francois Lyotard의 대표적 저서 「The Postmodern Condition」전반에서 제시한 불안정성과 비연속성, 불확정성, 모순, 파국, 갈등, 비통약성, 그리고 차이 혹은 불일치 등으로 요약될 수 있는 포스트모더니즘의 특성과 오히려 맞아떨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Descartes 이후 오늘날까지 서양 사상의 주된 흐름을 규정해 온 모더니즘의 시대정신인 이성적 주체로서의 인간관과, 주체의 인식에 의해서 파악될 수 있는 객관적 실재로서의 지식관으로 특징짓는 모더니즘의 시대성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진리의 유일성을 전제하는 모더니즘 지식체계와 이성 중심의 자아에 대한 해체로 시작된 포스트모더니즘은 Nietche, Heideger의 실존주의를 거쳐 Foucault, Derrida, Lyotard로 이어지게 됩니다. 흔히 최초의 포스트모더니스트로 불리는 Michel Foucault(1924~1984)는 서양의 고대와 중세를 통해, 그렇게 명확하게 분화되지 않던 이성과 비이성이 분리되어 모더니즘의 핵인 이성중심주의로 생성되는 과정을 면밀히 분석하면서, 관념의 보편타당성을 부정하였습니다. Foucault는 이성적인 것과 정상적인 것이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도록 하는 것은 근대 모더니즘의 구조화된 특성 중 하나인 지식-권력의 연계에 지나지 않음을 밝히게 됩니다. 이로써 Foucault는 지식이 권력에 저항했다는 계몽주의 이후 발전 논리의 허상을 보여 주고, 지식과 권력은 적이 아니라 동반자임을 밝히면서 근대 모더니즘 철학에 반기를 들기 시작하였습니다. 근대 모더니즘적 관점에서 객관적인 실재로 여기는 지식이 Foucault에게 있어서는 구체적인 담론적 실천에 의해 생산되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러한 담론적 실천을 통한 지식구성의 이면에는 선택과 배제의 논리가 작동하고 있으며, 바로 이곳이 지식에 대하여 권력이 개입하게 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보편적으로 인정하는 진리의 체계도 발견되고 공인된 진리의 집합이 아니라, 진위를 구분하는 기제와 담론상의 용례들, 그리고 참이라고 규정된 것에 덧씌워진 특정한 권력의 효과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Foucault에 이어 Lyotard도 지식의 가치판단 기준이 기존 사회 관습과의 일치 여부, 즉 다른 영역의 지식과 가지는 관계성을 통해 지지됨으로써 비로서 정당화되는, 사회적 합의로서 기능하는 '서사적 지식'의 구성과정임을 보여줍니다. 이로써 지식구조의 전체성과 완결성을 전제로 개별적인 특수성에 대해 무시하였던 모더니즘 지식관을 비판하게 됩니다. '실증적 지식'에 근거를 둔 모더니즘 지식관에 대한 '해석'만이 존대한다는 '해석학적 원리'에 따르고 있으며, 이는 보편적 이성에 대한 강한 거부를 바탕으로 한 포스트모더니즘 지식관을 대변하게 됩니다. Jacque Derrida가 이성이 감성을, 백인이 흑인을, 남성이 여성을, 말하기가 글쓰기를 어떻게 억압하였는지를 이분법을 해체시켜 보여 줌으로써, 하나의 논리가 서기 위해 어떻게 반대 논리를 억압했는지가 드러나게 됩니다. 이러한 철학적 사고의 틀은 18세기 계몽주의 이후 서구의 합리주의를 되돌아보며 이성중심의 모더니즘의 시각을 비판하면서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성립에 있어서 가장 근본적이고 중추적 역할을 하게 됩니다.
2. 포스트모던 인간관
포스트모더니즘 인간관은 계몽주의 시대의 이성이 구축한 이성적 존재로서의 한계적 인간관에서 벗어나 도덕, 정서, 동기 목표, 자아실현 등 인간의 내면적 가치를 중시하고, 유기적 생명체로써의 인간존재에 대한 규명을 통해 보다 폭넓은 인간관을 제시하게 됩니다. 포스트모던 시대의 대표적 심리학으로 대변되는 인본주의 심리학은 이전 모더니즘 시대의 대표적 심리학으로 일컬어지는 Freud의 정신분석학과 행동주의 심리학이 인간의 내면적 가치를 간과한 데 대하여 비판하고 이를 보완하고자 한 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본주의 심리학의 대표적 학자인 Abraham Maslow는 욕구위계론을 통해, 인간이 욕구를 가진 존재이긴 하나, 그 욕구는 Freud 이론의 무의식 속에 저장된 동물적이고 생리적 욕구만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인정받고 존중받고자 하는 욕구와 함께 보다 가치 있는 삶을 위해 노력하는 자아실현의 욕구를 가진 존재로 보았습니다. 또한 Carl Rosers는 인간을 자기가 통제할 수 없는 어떤 힘에 의해 이끌리는 피조물이 아니라 미래의 목적과 자기 지시적 목적으로 지향된 에너지를 지닌 활동적 존재이며, 건강한 성장과 변화를 가능케 하는 잠재력을 지닌 존재로 간주하였습니다. 이처럼 인간을 선천적으로 선하며 합리적이고 자유의지를 지니며 자기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할 수 있는 잠재능력을 지닌 존재로 보았던 인본주의 심리학의 인간관은 포스트모던적 인간관을 대변하고 있으며, 이는 교육에 있어서 변화와 개혁의 바탕이 됩니다.
3. 포스트모던 지식관
지식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형성되는가에 대한 명제는 수 세기 동안 철학자들과 과학자들이 규명하고자 한 본질적 문제로서, 오랜 세월 다양하고 대립된 관점이 제기되었습니다. 근대 모더니즘이 지식론의 영역에서 실증적 지식에 근거를 둔 것이라면 포스트모더니즘은 해석학적 지식에 의존합니다. 실증적 지식이란 근대 과학을 형성시킨 과학적 지식의 원형으로, 지식의 정당성이 종래의 내재적 완결성을 주장한 과학의 자체적 논리에 의해 확보되는 과학적 지식을 의미합니다. 포스트모더니즘 지식관을 대변하는 해석적 지식이란 Lyotard가 주장하는 서사적 지식을 지칭하는 것으로, 지식의 가치판단 기준이 기존 사회 관습과의 일치 여부, 즉 다른 영역의 지식과 가지는 관계성을 통해 지지됨으로써 비로소 정당화되는 지식입니다. 지식이 해석학적 견지에 설 때 '사실'은 없고 '해석'만이 존재하게 됩니다. 이는 지식구조의 전체성과 완결성을 전제로 개별적인 특수성에 대해 무시하였던 모더니즘 지식관에 대한 비판적 관점으로, 보편적인 지식체계가 아니라 특수성과 맥락성에 의존하는 개별 지식과 그 차이에 주목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포스트모더니즘에 있어서 지식은 특정한 사회·문화적 맥락에 의존함으로써 제한적인 성격을 지니게 되며, 진리와 가치 또한 절대성에서 벗어나 상호 경쟁하는 주장을 가진 상호 주관성을 지니며, 불특정적인 지식체계인 것입니다. 이로써 과학을 지식과 동일한 것으로 간주하던 근대 모더니즘 지식관은 포스트모더니즘에 의해 비판받고, 과학은 포괄적인 지식의 다양성을 구성하는 한 부분집합으로서 그 성격을 부여받게 됩니다. 이러한 해석학적 원리의 저변에는 보편적 이성에 대한 강한 거부가 자리 잡고 있으며, 결국 우주와ㅗ 역사, 그리고 인간을 설명하는 유일한 절대적 언어란 있을 수 없다는 서사적인 지식론에 근거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포스트모던 지식관은 모더니즘 시대가 지닌 지식의 객관성, 절대성, 전체성, 단일성을 비판하면서 상대성과 다원성으로서의 진리를 상정하게 됩니다. 또한 사물의 객관적 본성에 대한 물음을 옆으로 제쳐두는 대신 현상을 더욱더 주관적으로, 즉 인간의 경험 내부로부터 탐구해야 함을 강조한 Edmund Husserl에 의해 주장된 현상학적 인식론은 모든 지식의 근원이 자아에 있음을 강조함으로써, 지식과 진리가 우리의 개인적 자아를 넘어선 실재에 토대를 두고 있다는 객관주의적 인식론을 비판하였습니다. 특히 인간 주체와의 관계 속에서 지식을 규명하고자 했던 현상학적 인식론을 바탕으로, 지식이란 인간과 외부 환경과 상호작용의 결과로 보았습니다. 따라서 궁극적으로는 외부 환경에 의해 수동적으로 지식이 습득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주체의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활동을 통해서만 지식이 구성된다는 구성주의 인식론을 통해, 객관주의 인식론에 의해 지식을 이해했던 모더니즘적 관점을 비판하게 됩니다. 이처럼 포스트모더니즘 지식관은 다원적인 앎의 방식을 통해 인간 주체와의 관계 속에서 지식이 구성됨을 이해함으로써 지식구성에 있어 보다 주체적 존재로서의 인간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앎의 방식에 대한 관점 변화는 교육에서도 많은 변화를 가져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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